공무원의 한탄…무늬는 '정책 지원', 실제는 '의원 비서' 지역행사 동석·민원인 응대·당원명부 작성 등

2019-08-10 18:50:21 by 맹은재기자 기사 인쇄하기



【서울=IBS중앙방송】맹은재기자 =지난해 서울시청 소속 시간선택임기제 공무원 '정책지원관(지원관)'에 지원한 A씨는 2차례 필기시험과 면접 등을 거쳐 합격했다.

그러나 입사 이후 담당 시의원 2명을 배정받은 A씨는 본래의 업무보다 '보좌진'에 준하는 일을 맡아왔다. B시의원으로부터 상임위 주관이 아닌 지역행사에 동석하기를 강요받거나, 민원인 응대 등 부당한 지시를 받아왔던 것이다.

A씨는 행사에 참여해 기념사진을 찍거나 짐을 들고 B시의원을 따라다녔으며, 민원인이 B시의원을 찾아왔을 때 커피를 내주기도 했다고 한다.

A씨가 가장 최근 받은 업무 지시는 시의원 지역 내 당원으로 가입된 '당원명부 작성' 지시였다. 퇴근을 하거나 휴일에도 시의원들의 업무 지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생각했던 업무가 아니었고 충격을 받았다. 의원을 챙기라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10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정책지원관은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상임위)에서 근무하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이다. 모집공고상 이들의 업무는 '상임위별 입법지원요원(입법조사관)의 업무지원 및 보좌'이다. 

즉, '소관 사항에 관한 자료수집·조사 및 소속 위원에 대한 자료 제공 지원', '위원회 주관 공청회·세미나 등 운영지원', '위원회 홍보자료 작성 등 입법조사와 관련된 지원' 등 상임위를 돕는 게 지원관의 업무인 것이다.

하지만 시의원이 이를 한참 벗어나는 각종 업무를 시키면, 법적으로 시의원은 둘 수 없는 보좌관을 편법 고용하는 모양새가 돼 버릴 수밖에 없다.

A씨 외 다른 지원관들 역시 시의원들로부터 ▲운전 지시 ▲의원 연구실 관리 ▲SNS 관리 ▲대학원 과제 대리수행 등 사적인 업무를 지시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지원관 업무실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의원들은 자신의 연구실로 지원관을 불러 근무하라는 지시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시의원들이 지원관들을 보좌관에 준하는 역할로 판단하고 있다는 인식이 보여지는 대목이다.

이 같은 외혹에 대해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110명의 시의원들이 있다 보니 (지원관들의) 상황들을 직접 얘기해주지 않으면 모른다"며 "모든 지원관들에 해당하는지는 확인해봐야 안다. 현재 판단컨대 일부 의원 1~2명 정도가 해당 제도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과정에서 발생한 예외적 상황이라고 보인다"고 해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원관들의 역할은 상임위에 속해 의정활동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라며 "시의원 개인의 사적인 용도로 배정한 게 아니다. 시의원은 보좌관을 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명확하게 사적인 일을 시킨다는 건 납득이 안 된다"며 "아직까지 (관련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편법적으로 상임위 지원관들을 보좌관으로 운영하는 상황에 대해 '확인이 안 됐다', '예외적이다'라는 답변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의원이 마음만 먹으면 부당 업무를 내릴 수 있고, 지원관들 입장에선 이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폐쇄적 구조에 있다.

시의원들이 아무 지시나 내려도 지원관들 입장에선 시의회 상임위 공무원들이 시의원의 눈치를 보는 탓에 사실상 윗선에 고충을 털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시의원들은 최근 상임위 지원관들의 '역량 부족'을 근거로 시의회 측에 지시를 내려 업무능력 강화 교육을 듣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press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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