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채로 몇십년 산 우리가 투기꾼인가"…공시價 급등 주민들 집단 행동 움직임 서울, 2007년 이후 최대치인 14.17% 인상 예상

2019-03-24 10:45:44 by 허태갑기자 기사 인쇄하기



【서울=IBS중앙방송】허태갑기자 =  "갖고 있는 집은 이것밖에 없는데 누가 집값 올려달라고 했나요. 집값 올랐다고 당장 돈 버는 것도 아닌데 세금만 더 나간다니까 답답해요."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에서 만난 이모(68)씨는 기자에게 분통을 터트렸다. 이씨는 "친목 모임에 가면 다들 공시가격을 너무 올렸다고 난리"라며 “바로 옆 단지인 잠실 엘스, 리센츠 주민들과도 모이면 얼굴이 벌개져서 소리 지르고 어떤 사람은 혈압이 오른다고 파스를 붙인다"고 전했다.

정부가 고가 주택 위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올리자 강남3구를 비롯해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에 사는 주민 안모(64)씨는 "다시 집값은 자꾸 내려가고 있는데 공시가격은 올랐다"며 "공시가격이 오르니까 세금이 부담스러워 누가 사려고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싼값에 팔려니까 그동안 불편해도 참고 살던 게 아까워서 억울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이번에 인상된 공시가격에 대해 항의하면 반영될까 해서 부녀회에 나가 얘기 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정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 예정안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5.32% 상승될 전망이지만 서울은 지난 2007년 이후 최대치인 14.17%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집값 급등의 근원지 강남4구는 평균 15.41% 상승률을 보였다. ▲서초 16.02% ▲강남 15.92% ▲송파 14.01% ▲강동 15.71% 등을 기록했다. 서초구 '반포자이(전용면적 132㎡·시세 29억4000만원)'는 지난해 공시가격 16억원에서 올해 19억9200만원으로 24.5% 상승했다.

서초구 반포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여기는 넓은 평수가 많은 동네라서 한달에 100만원은 더 내야하니까 정부에 불평불만이 많다"며 "주민들 평균 나이가 75세인데 집 한채 갖고 몇 십년을 살아온 자신들을 투기세력으로 본다는데 분노를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남4구 외에도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위주로 공시가격 상승률이 컸다. 서울에서는 용산(17.98%), 동작(17.93%), 마포(17.35%), 영등포(16.78%), 성동(16.28%), 동대문(15.84%), 서대문(15.03%) 등이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그렇다보니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고지서를 받기 전인데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용산구 서부이촌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부동산시장에는 투자자만 있는게 아니고 실수요자들도 많은데 이번 공시가격 인상은 그걸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집 한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사 갈 생각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번 정책은 잘못됐다고 다들 얘기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송파구 잠실동 B공인중개소 대표는 "이쪽 동네는 투자와 상관없이 오래 살아온 나이 든 주민들이 많은데 공시가격이 높아 손해가 크다고 걱정한다"며 "다 같이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려고 준비중"이라고 귀띔했다.

정부는 내달 4일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안에 대한 의견청취를 마치고 의견이 접수된 공동주택에 대해 재조사·산정,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30일 최종 공시할 계획이다. 집주인들은 공시가격의 하향이나 상향조정을 원할시 의견청취 기간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의견청취 기간이나 최종 공시이후 진행될 이의신청 기간에 지자체나 주민들이 나서 반발하면 조정되는 경우가 있어, 항의하는 주민들이 곳곳에서 늘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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