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맞아?'...철원 총기사고 현장 가보니, 뻥~뚫린 軍 작전지역 '여전'

2017-09-30 16:06:23 by 윤성필기자 기사 인쇄하기


29일 오전 철원의 한 군부대 소속 이모(22) 일병이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 금학산 현장을 찾았다.

인근 사격장에서 날아온 도비탄에 의한 사고로 추정하는 군의 발표가 현장상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찾은 금학산은 대한민국의 한 젊은이가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한 곳이다.

이날 금학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이번 사고가 우연이 아닌 '인재'(人災)란 것이 확실시 됐다.

등산로 입구를 지나 500여m 지점에서 두 갈래로 나뉜 한 쪽 길 앞에는 군사경계지역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사진/ 강원 철원군 금학산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양갈래 길. 오른쪽 길에는 출입통제 팻말이 세워져있지만 왼쪽 길은 등산객들도 쉽게 오갈 수 있었다.2017.09.30

팻말이 없는 다른 산길을 따라 계속 이동하던 기자는 산행을 할 수록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분명 민간인이 출입 가능한 등산로인데도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전투진지가 계속해서 발견됐다.

산행로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 전투진지는 위장막조차 없이 노출돼 있었다. 

사진/강원 철원군 금학산 등산로를 따라가다 발견한 공사 중인 전투진지. 민간인 출입 통제가 전혀 안되고 있는 산길 바로 옆으로 버젓이 드러나 있었다.2017.09.30 

이어 우거진 수풀 사이로 군부대까지 보이기 시작했고, 어느새 부대 내부 바로 앞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군부대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후 12시. 그 누구의 통제도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선 이번 총기사고의 원흉이 된 문제의 사격장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등산로 입구 바로 옆 철원여자고등학교 여학생들에게서는 사고 당시 상황과 허술한 출입관리에 대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이 일병이 총에 맞은 것으로 알려진 26일 4시10분에는 철원여고 학생들이 마지막 수업을 들을 때였다.

임모(16)양은 "한 달에 한번은 꼭 사격을 하는 것 같아요. 사고가 났던 날도 총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어요"라고 말했다.

서모(16)양은 “가을 낙엽 떨어질 때 산에 오르면 사격장부터 군부대까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어요”라며 “원래 이렇게 아무나 다 볼 수 있어도 되나...”라고 오히려 의문을 던졌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과 육군 규정에 따르면 군사구역 및 시설은 군 비인가자의 출입이 제한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등산객들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간부는 "이 일병 사망사고 같은 인재가 또 다시 발생할까 무섭다"며 "군 보안과 안전시설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위험수위에 다다른 군의 생명 경시 풍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일병 사망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질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성필기자press016@naver.com
 

  기사 태그:
  기사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