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해진 무주택자…'부익부 빈익빈' 대출 격차 커진다 무주택자 자금 조달 어려워질 듯

2021-10-27 20:48:55 by 한정우기자 기사 인쇄하기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0.26.

【서울=IBS중앙방송】한정우기자 = 정부가 발표한 10·26 가계대출 관리방안은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만큼만 빌리라"는 메시지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작 무주택자인 청년층이 은행 도움을 받아 내 집 마련 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년 1월 차주단위 DSR 2단계가 조기 시행됐을 때 총대출금액 2억원을 넘으면 DSR 40% 적용(은행 기준)으로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든다.

DSR을 계산할 때 핵심은 연소득이다.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연소득이 많을수록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구조다. 달리 말하면 연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는 이전보다 빚을 내서 집을 사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집을 살 사람은 다 샀고 불안한 20·30대 중에 사려는 수요가 좀 있는 것 같은데 정책을 보면 상대적으로 연소득이 적고 자산규모도 크지 않은 실수요자를 배려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특히 DSR 1단계 때는 전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 대상 주담대, 1억원 초과 신용대출만 규제가 적용됐지만 2단계부터는 2억원 초과로 확대되면서 대상이 크게 늘어난다.

연봉 4000만원인 A씨가 투기·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 위치한 6억원 아파트를 사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한 은행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기존 대출은 없고 대출기간 360개월, 대출금리 3.3%,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이전에는 서민·실수요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적용을 받아 투기·투기과열지구는 3억6000만원, 조정지역은 4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차주별 DSR이 조기 시행되면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3억440만원에 그친다.

이미 받아둔 대출이 있다면 한도는 더 쪼그라든다. 연봉 6000만원인 B씨는 이미 신용대출 4000만원을 4% 금리로 사용 중이다. B씨가 투기·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소재 6억원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하면 A씨와 같은 조건일 때 기존에는 투기·투기과열지구 3억6000만원, 조정지역 4억원 주담대가 가능했다가 차주별 DSR이 적용되면 2억75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와 함께 내년 1월부터 DSR을 계산할 때 최대만기 대신 대출별 평균만기로 축소된다. 신용대출은 7년에서 5년, 비주택담보대출은 10년에서 8년이다. 만기가 길수록 DSR을 낮출 수 있는데 그게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예비비 목적으로 마이너스통장을 보유하고 있다면 신용대출 평균만기 축소 영향으로 DSR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걸 고려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소득자의 경우 연소득 이내 신용대출 보유하고 있더라도 주택구입자금 신청시 LTV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으나 중간소득 이하는 연소득만큼 주택자금대출 가능한도가 축소됐다"며 "주담대 가능금액을 확인한 후 마통 한도를 줄여 한도를 추가로 부여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차주별 DSR은 예고된 대책이지만 시행 시기를 앞당기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 4월 차주별 DSR을 전면 확대하면서 점진적 도입이라는 정책 연속성을 보장하지 않고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며 "차주 입장에서는 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강화된 대출 규제의 불명확성으로 같은 조건이라도 대출가능금액이 축소돼 자금계획 수립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은행들이 가계대출 연간 총량 관리 압박에 연일 추가 조치를 내놓는 상황이다. 이미 신용대출은 신용과 상관없이 연소득 범위로, 마이너스통장은 5000만원 이내로 제한됐다. 이 때문에 이미 영끌을 했으면 모를까, 앞으로 신규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무주택자들의 시름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군다나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상태다.

차주별 DSR 조기 시행은 기존 대출을 제외한 신규 대출부터 대상이기 때문에 내년 1월 시행 전까지 가수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은행권에서는 주택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주거래 은행 직원과 수시로 교류하라고 조언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요즘 대출 규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내용도 점점 복잡해져서 은행원들도 버거운 수준"이라며 "지점별 한도를 관리하거나 일부 대출을 중단하는 은행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최소 한 달까지는 아니라도 2~3주 전엔 미리 은행에 방문하는 걸 권해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서민, 청년층, 취약계층이 이번 대책으로 더 어려워질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년 1월에 DSR 2단계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더라도 대부분 서민·취약계층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또 "이번 규제는 과도한 부채로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메시지로 담고자 했다"며 "향후 꼭 필요한 자금이 있다면 앞으로 그 부분이 (정책 반영에) 고려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press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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