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알아인]'저렴한 신비주의' 미미시스터즈, '우리, 다 해먹자'

2020-01-06 13:51:41 by 한수빈기자 기사 인쇄하기


사진 =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제공
【서울=IBS중앙방송】한수빈기자 =듀오 '미미시스터즈'는 인디에 관심 있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항상 새롭다.

K팝 걸그룹의 시대에 전통을 존중하는 팀이다. 한국형 원조 걸그룹의 계보를 잇고자 노력한다. 동시대 사회적 아픔을 들여다보며 지금의 플랫폼을 통해 호흡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렇게 음악은 오래되고 새롭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지난달 23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정동 1928아트센터에서 '문밖의 사람들 : 문외한(門外漢)'의 하나로 펼친 '진짜 원조 K팝 나이트'가 대표적인 예다.

 '미미시스터즈'를 중심으로 걸출한 뮤지션들이 뭉친 '신이나 올스타즈'가 K팝의 원조가 '민요'라는 전제로 60~70년대 '펄 시스터즈', '키 보이스', '투코리언스' 등이 발매한 가요음반 속 통속 민요와 신민요 리메이크 곡을 새롭게 조명했다.

 '옹헤야', '쾌지나 칭칭나네'처럼 교과서 속 민요부터 당대 청춘들의 사랑과 이별, 고뇌와 일상을 유쾌하게 다룬 신민요를 21세기로 소환, 호평을 들었다. 공연장에 모인 남녀노소 관객들은 스탠딩으로 자유롭게 우리 노래에 빠져들었다. 국악 전공 학생들은 "우리 음악이 이렇게 재해석될 수 있다니"라고 입을 모으며 놀라워했다.

일반 관객들은 "음악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민요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몸치인데 몸이 자연스럽게 흔들거렸다" 등이라고 반응했다.

이 공연을 기획한 미미시스터즈의 큰 미미는 "관객들이 전통예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에 대해 편견 없이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전통을 구태의연하지 않도록 새롭게 해석하고 싶었어요. 민요도 즐겨부를 수 있고 재미있다는 것을 경험시켜드리고 싶었죠."
   
호화캐스팅도 이번 공연의 흥행에 한몫했다. 뮤지션 겸 시인 성기완을 주축으로 한 밴드 '트레봉봉', 경기민요를 모티브로 장르 융합을 시도하는 '이희문과 놈놈', 장기하와얼굴들 출신 DJ 하세가와 요헤이, DJ 소울스케이프 등이 뭉쳤다.

각자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팀들이라 연습 시간은 오후 11시부터 시작이었다. 그런데 큰 미미는 "다들 잘하니 30분 안에 편곡이 끝나기도 하는 거예요. 저희 미미시스터즈나 트레봉봉은 민요를 재해석한다면 이희문과 놈놈 무대는 마치 민요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죠"라고 했다. 

신이나 올스타즈는 다국적 올스타 그룹이기도 했다. 한국 뮤지션들을 비롯해 일본 음악가 하세가와 요헤이,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트레봉봉의 아미두 디아바테 등 3개국이 연합했다. 

큰 미미는 "3개국이 모였는데 전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디아바테가 (아프리카에서 축하연과 제식에 사용하는 큰 성배 모양의 북인) 젬베를 연주하는데 굿거리 장단인 거예요. 어느 나라든 민요는 다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죠"라고 했다.


사진 =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제공

이번 기획의 출발점이 된 곡은 '펄 시스터즈' 배인숙의 '창부타령'이다. 큰 미미는 이 곡에서 "60, 70년대 낭만과 유머를 읽었다"고 했다. 이를 통해 현 시대에도 낭만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1950년대 한형모 감독의 영화 대표작 '청춘쌍곡선'과 '자유부인' 영상을 무대 위에서 보여준 것도 당시 청춘들의 낭만과 유머가 묻어 있는 문화를 지금 자연스럽게 선보이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다. 

미미시스터즈는 현재의 낭만과 유머를 엿볼 수 있는 유튜브를 차용, 서울의 낭만적 공간과 노는 문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큰 미미는 "예전과 지금 최대한 공감대를 찾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큰 미미는 이런 공연 형태의 레퍼토리 지속화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고 했다. 동시에 관객 연령대의 다양화, 지역문예회관 활성화 부분도 같이 고민하고 있다.

큰 미미는 "지역에는 젊은 세대가 없어, 공연 형태를 이대로 가져가는 것은 힘들 것 같아요. 구성, 라인업을 유연하게 만들어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싶다"고 했다.

미미시스터즈는 2008년 장기하와얼굴들이 '싸구려 커피'로 데뷔할 당시 무대에서 두꺼운 메이크업에 선글라스를 낀 채 요상한 춤을 춰 주목 받았다.

2010년 장기하와얼굴들에서 독립, 2011년 정규 1집 '미안하지만···이건 전설이 될 거야'를 발매하며 호평을 들었다. '저렴한 신비주의'를 콘셉트로 인디 신에서 마니아의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앙 다문 입술로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나름의 신비주의로 인기를 끌었다. 침묵의 정도가 얼마나 심했으면 라디오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선배 가수가 미미시스터즈에게 인사성이 없다며 불쾌해 했을 정도였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이들과 관련한 인조인간설, 외계인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세월이 흐른만큼 미미시스터즈는 신비주의의 베일을 살짝 걷어냈다. 여전히 이름, 나이 등 신상명세는 자세히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동시대 메시지를 통해 사회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잘 사는 법에 대해 고민한 '우리, 자연사하자', 여행권장송을 표방하는 '우리, 다 해먹자' 등의 싱글을 통해 위로 캠페인 시리즈를 벌이고 있다. 올해 안에 '위로 캠페인 시리즈'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2018년 발매된 '우리, 자연사하자'는 의도치 않게 지난해 수능 시즌에도 재조명됐다. 곡에 위로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곡으로 인해 큰 미미와 작은 미미는 대학교 교양수업에 초청을 받아 500명 학생 앞에서 강의도 했다. 미미시스터즈는 캠페인의 하나로 곡 발표와 함께 강의를 병행하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미시스터즈는 K팝 걸그룹의 시대에 한국형 원조 걸그룹의 계보를 잇고자 노력하는 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들의 음악은 1950~70년대를 풍미한 '펄시스터즈'와 '바니걸스' '숙자매' 등을 떠올린다. 1960년대 초 유행한 서핑 사운드부터 당시의 사이키델릭 정서, 1970년대 솔 사운드, 1990년대 그런지·펑크까지 두루 소화한다.

2016년 그룹 '바버렛츠'와 가수 이난영(1916~1965) 탄생 100주년 헌정 공연을 열었고, 1950년대 활약하며 '한국 최초의 걸그룹'으로 통하는 '김시스터즈' 멤버 김숙자와 KBS 1TV '가요무대'에서 함께 노래하기도 했다. 

안타깝게 설리와 구하라 등 여성 가수들이 세상을 떠난 지난해 11월 말 열린 여성 연예인 추모제 공연 '애도하고, 말하고, 노래하는 밤-그녀들의 싸움을 기억한다'에 참가하기도 했다. 큰 미미는 "여성 가수들을 위해 각계각층에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일을 구상하고 싶다"고 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동시대 아시아의 여성 보컬들이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공연 기획에도 능한 미미시스터즈는 라인업 위주보다 오래갈 수 있는 콘텐츠로 채워진 공연들을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민요를 재해석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2014년 정규 2집 '어머, 사람 잘못 보셨어요' 이후 6년 만인 올해 정규 3집 발매를 예고한 큰 미미는 마지막에 강조했다. "딸과 엄마, 할머니 세대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명곡들을 발굴하고 그런 노래들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혼알아인= '혼자 알기 아까운 인디 밴드'의 줄임말로, K팝 아이돌 위주 대중음악이 아닌 개성적인 인디 밴드들을 톺아보는 고정 연재물입니다.

press016@naver.com  


  

  기사 태그:
  기사 카테고리: